진료실 일기
위례신도시에서, 어느 평일 오후

점만 빼면 깨끗해질까요? — 어느 날 진료실에서 있었던 이야기

오늘도 진료실에 한 분이 오셨다. 직장 다니시는 분이었는데, 거울을 보며 손가락으로 몇 군데를 짚으셨다. 여기 이 점 하나, 그리고 옆에 이 잡티 하나. 신경 쓰이는 곳들이라고 하셨다.

원장님, 여기 이 점 하나만 빼면 얼굴이 좀 깨끗해 보일까요?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듣는다. 일주일에 몇 번씩, 어쩌면 매일 듣는 것 같다. 그리고 매번 같은 답을 드린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점 몇 개 빼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처음 듣는 분들은 좀 당황하신다. 점 빼러 왔는데 점을 빼지 말라니.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환자분 얼굴에는 신경 쓰이는 그 점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보통 세 가지가 같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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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엔 보통 세 가지가 섞여 있어요

주근깨는 사춘기 때 한꺼번에 올라온 애들이다. 다행히 사춘기가 지나면 새로 생기는 속도가 확 줄어든다. 그래서 한 번 잘 제거해 놓으면 재발을 잘 안 한다.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진해지긴 하지만.

일광흑자는 좀 다르다. 이건 단순히 멜라닌세포가 더 활동적인 게 아니라, 표피 자체의 구조가 변형된 거다. 표피능선이라는 게 길어지고, 멜라닌세포 수 자체도 늘어나 있다. 그래서 같은 색소처럼 보여도 주근깨보다 치료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환자분께는 보통 이렇게 말씀드린다. "주근깨는 한 달이면 흐려지는데, 일광흑자는 한 달은 지나야 흐려지기 시작해요."

그리고 이 있다. 점은 케이스마다 깊이가 달라서, 더모스코피로 먼저 들여다보고 어떻게 제거할지 정한다.

참고로 점을 CO₂ 레이저로 깎아내는 방식은 듀오덤도 붙여야 하고, 무엇보다 색소침착 위험이 있어서 나는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클라리티 II라는 롱펄스 알렉산드라이트 레이저로 '아이스점빼기'를 한다. 일반적인 딱지가 아니라 마이크로크러스트(microcrust)가 만들어져서, 환자분이 딱지가 졌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듀오덤이 필요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남은 색소는 내가 이사로 몸담고 있는 대피연 학회의 명예회장님이신 허훈 박사님의 OMS-2 테크닉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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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대청소"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점 하나 빼고, 한 달 뒤에 또 신경 쓰이는 거 하나 빼고. 이렇게 하면 환자분도 지치고, 사실 결과도 잘 안 보인다. 얼굴 색소는 그 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얼굴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말씀드린다. "한 번은 대청소를 해야 합니다." 주근깨도, 일광흑자도, 점도 한 번에 다 정리하는 거다. 그리고 이게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유지만 잘 하시면 된다.

그럼 얼마나 좋아지냐고 물으신다. 나는 비유를 하나 쓴다.

지금 얼굴 색소가 100이라면
100 30
목표는 30 정도까지 떨어뜨리는 것

100%는 약속드리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유가 있다. 100을 0으로 만들려고 무리하게 에너지를 누적하면 정상 멜라닌세포까지 손상이 간다. 그러면 그 자리가 하얗게 빠지는 저색소증이 오거나, 심하면 물방울양 백반증이 생긴다. 그건 색소가 있는 것보다 훨씬 보기 안 좋다.

그래서 안전하게, 그리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드릴 수 있는 임상적 목표가 70% 개선이다. 그게 100을 3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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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환자분의 기준치도 같이 올라가요

100이었던 분을 30으로 만들어 드리면, 그 30이 환자분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처음 오셨을 때 100이 정상이었던 분이, 시간이 지나서 다시 60만 되어도 "원장님, 저 또 진해진 것 같아요" 하시면서 오신다.

그게 보통 3~4년 이상 걸린다. 자외선 잘 차단하고 세안 습관 잘 지키면 더 오래 간다. 처음 오셨을 때의 그 얼굴, 그러니까 100으로 돌아가려면? 아마 20년은 더 걸릴 거다. 그러니까 한 번 대청소를 잘 해 놓으면 인생에서 꽤 오랫동안 깨끗한 얼굴로 사실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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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차이가 아니라, 색을 골라내는 능력의 차이

환자분들이 자주 물으신다. "피코슈어플러스 프로그램은 8회고 프리미엄/시그니처는 10회던데, 회수만 다른 건가요?"

회수가 핵심이 아니다. 진짜 차이는 색소 선택성에 있다. 프리미엄과 시그니처 프로그램은 1064nm 파장 위주라 연한 색소는 잘 안 먹힌다. 반면 피코슈어 프로의 755nm 알렉산드라이트 파장은 멜라닌 흡수율이 훨씬 높다. 같은 색소를 깨도 주변 정상 피부와 혈관은 덜 건드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8회만으로도 기존 프로그램 10회보다 결과가 더 좋다. 정밀한 만큼, 더 적은 횟수로 더 깊이 내려갈 수 있다. 처음 색소 치료를 받는 분이라면 어느 프로그램을 고르셔도 만족도가 높다. 100을 50으로만 떨어뜨려도 충분히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토닝을 여러 번 받아보셨거나, 더 깊이 가고 싶은 분이라면 피코슈어플러스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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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이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다. 치료를 잘 받아도 다시 진해지시는 분들이 있다. 이유를 추적해보면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 세안 습관이다.

특히 클렌징 오일을 쓰시는 분들. 오해하지 마시라. 오일이 나쁜 게 아니라, 클렌징 오일은 세정력이 너무 강한 세정제다. 그래서 피부 장벽을 녹여서 염증을 쉽게 일으키고, 그 염증이 결국 색소침착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박박 문지르는 습관까지 있으면 더 심해진다. 반복적인 마찰은 그 자체로 멜라닌 합성을 촉진한다. 한국인 피부 톤에서는 더 잘 생긴다. 눈 비비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다크서클 진하신 분들 보면 한쪽 눈 옆 주름이 더 많은 경우가 있는데, 그게 비비는 쪽이다. 그 자리에 색소가 올라온 거다.

집에서 지키실 것 자외선 차단제 SPF 50+를 매일 쓰시고, 클렌징은 강하게 문지르지 마시라. 수건으로 닦을 때도 두드리듯이. 눈은 가급적 비비지 마시라.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치료 결과가 훨씬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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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환자분께도 같은 이야기를 드렸다

처음엔 점 하나만 빼면 된다고 생각하고 오셨던 분. 이야기를 다 들으시더니 "아, 그렇게 보는 거였구나" 하셨다. 그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환자분이 자기 얼굴을 다르게 보게 되는 그 순간.

그래서 이 글을 적게 됐다. 진료실에서 그분께만 드렸던 설명을,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어서. 점 하나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분이 이 글을 보고 "아, 이렇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구나" 하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어, 나도 이런 고민 있었는데" 하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 들러주셔도 좋겠다. 비슷한 고민 있으시면 같이 한 번 들여다보면 된다. 무리해서 치료받으시라는 얘기는 아니고, 적어도 환자분 얼굴에 뭐가 살고 있는지부터 같이 확인해 드릴 수는 있다.

나는 2017년 5월에 위례에서 개원해서 올해로 10년 차다. 지금 병원이 있는 상가가 내 명의 상가이기 때문에, 어디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을 계획이 전혀 없다. 잠깐 치료해 드리고 사라지는 의사 말고, 위례에서 함께 늙어가는 주치의가 되고 싶다. 환자분 얼굴 한 번 보고 끝이 아니라, 1년 뒤 5년 뒤 10년 뒤 그 얼굴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같이 봐 드리는 사람. 동네 의사라는 게 결국 그런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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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례 바라봄피부과에서, 피부명탐정 이상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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