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명탐정의 진료실 일기

여드름흉터, 이제는 안쪽을 받치는 치료부터 생각한다

2020년 3월 31일 작성한 글의 2026년 10월 25일 네이버 통계: 누적 조회수 140,003회, 공감 66, 댓글 27

2020.03.31 작성 · 2026.10.25 기준

2020년 3월에 쓴 여드름흉터 글이 있다. 얼마 전 통계를 열어 보니 누적 조회수가 140,003이었다. 내가 쓴 글이지만 이렇게 오래 읽힐 줄은 몰랐다. 그래서 다시 읽어 봤다.

그때 흉터 치료의 중심은 프락셀이었다. CO2 프락셀, 포토나 어븀 프락셀, 피코 MLA 팁으로 하는 피코 프락셀. 피부에 미세한 상처와 자극을 내고 새살이 차오르길 기다리는 치료다.

그 사이 나는 시크릿을 팔았고, 포텐자를 들였고, 쥬베룩을 시작했다. 장비 목록보다 더 크게 바뀐 건 치료를 보는 순서다.

그 글에도 깊은 지지 구조가 손상되면 피부가 내려앉는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몰랐던 게 아니다.

지금은 안쪽을 채우고 받쳐 주는 치료를 먼저 생각한다. 볼 전체가 꺼졌는지, 흉터 자리만 패였는지, 아래에서 뭔가 붙잡고 있는지. 이걸 보고 나서 표면을 어떻게 할지 정한다.

더 세게 깎을 방법을 찾기 전에, 왜 그 자리가 내려앉았는지부터 봐야 한다.

표면을 다듬는 아래 방향 화살표와 안쪽 받침을 보완하는 위 방향 화살표를 비교한 피부 단면 개념도. 깎기에서 채우고 받치기로 치료를 보는 순서의 변화.
표면보다 먼저, 안쪽의 받침을 본다.

일주일 붉으면, 환자는 안 한다

일주일 붉으면, 환자는 안 한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 자주 떠올리는 말이다. 출근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분에게 얼굴이 붉은 일주일은 길다. 받고 싶어도 그 시간이 없으면 못 시작한다. 한 번 받고 너무 힘들었으면 다음 예약을 안 잡는다.

CO2 프락셔널 레이저와 니들 고주파를 비교한 작은 연구가 있다. 피부를 깎지 않는 쪽도 질감 개선은 비슷했고, 초기 붉은기와 피부 장벽 손상은 적었다. 대신 시술 통증은 더 컸다.1

이런 결과를 보면 어느 장비가 이겼는지보다 다른 데 눈이 간다. 표면을 더 세게 깎는 것 말고도 길이 있다는 것. 회복 부담을 줄이면서 흉터 안쪽에 필요한 치료를 할 수 있다면 그쪽부터 따져 본다.

거울 앞에서 볼에 바람을 넣어 보자

볼의 패인 흉터가 신경 쓰인다면 거울 앞에서 볼에 바람을 한번 넣어 보자. 힘껏 부풀릴 필요는 없다. 평소 보이던 패임과 그림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보면 된다.

깊어 보이던 흉터가 펴지거나 얕아 보일 때가 있다. 그 짧은 사이에 겉면의 흉터가 없어졌을 리는 없다. 볼이 부풀면서 피부가 당겨져 모양이 바뀐 것이다.

여기서 나는 받침을 본다. 흉터 상당수는 표면 아래에서 받쳐 주는 조직이 다치거나 모자란 문제를 같이 갖고 있다고 나는 본다. 바닥이 내려앉은 곳은 윗면만 다듬어도 패임이 남는다. 깎고 자극하는 치료만으로 부족한 이유다.

물론 이 동작만으로 볼륨이 부족한지, 채우면 좋아질 흉터인지 가릴 수는 없다. 바람을 넣어 펴지는 것과 치료 뒤에 그 모양이 유지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진료실에서는 피부를 움직여 보고 만져 보면서, 넓게 꺼진 곳과 단단하게 붙잡힌 곳을 나눈다.

가상의 그림 인물이 거울 앞에서 볼에 바람을 넣기 전과 넣은 때의 그림자를 관찰하는 설명 그림. 동그라미로 같은 볼 부위를 표시.
잠깐 펴지는 것과 치료 뒤에 유지되는 것은 다르다.

지금은 안쪽부터 나누어 치료한다

넓게 받쳐 줘야 하는 자리에는 리투오나 힐로웨이브를 고려한다. 볼 전체를 보면서 어느 부분의 받침을 보완할지 정한다. 국소적으로 패인 자리에는 쥬베룩이나 리쥬란 S를 쓰기도 한다.

이건 내가 흉터와 주변 조직을 보고 나눈 치료 목적이다. 재료마다 작용과 주입하는 층이 다르고, 전부 필러처럼 공간을 채우는 것도 아니다. 특히 리쥬란 S와 힐로웨이브에 흉터 전용 효과가 입증됐다는 뜻으로 읽지는 않았으면 한다.2

주변 받침 리투오·힐로웨이브, 국소 흉터 쥬베룩·리쥬란 S, 아래 유착의 서브시전, 표면 질감의 포텐자·피코플러스·프락셀을 나눈 피부 단면 개념도.
재료보다 먼저, 어디를 치료할지 정한다.

재료보다 먼저 정할 것은 어디를 치료할지다. 볼 전체가 꺼져 있는데 작은 구멍 하나씩만 따라가면 주변 그림자가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주변 받침은 괜찮은데 한 곳만 깊으면 거기에 집중한다. 같은 재료를 얼굴 전체에 똑같이 넣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래에서 당기는 끈도 살핀다. 피부 밑의 섬유성 조직이 흉터를 잡아당기고 있으면 위에서 자극하거나 채워도 잘 안 올라올 수 있다. 이 붙잡힘을 풀어 주는 시술이 서브시전이다.

흉터 이름이 롤링인지 박스카인지 아이스픽인지만 보고 정하지는 않는다. 아이스픽 모양이라도 아래에 붙잡힘이 같이 있으면 서브시전을 병행해서 도움이 된 경우가 내 경험으로는 있었다. 아이스픽의 좁고 깊은 구멍 자체를 서브시전 하나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3

패인 흉터에는 자리를 골라 핀홀도 쓴다. 레이저로 국소 자극을 주어 패인 자리 자체를 다루는 치료다. 아래 끈을 푸는 일과 흉터 경계를 다루는 일은 목적이 다르다. 얼굴 전체에 힘을 주기보다 집중할 곳을 고른다.

표면 질감은 포텐자와 피코플러스, 가벼운 프락셀이 거든다. 안쪽을 보면서 표면에 남는 울퉁불퉁함도 같이 다룬다. 프락셀은 필요한 자리엔 여전히 쓴다. 다만 모든 문제를 혼자 맡던 자리에서는 내려왔다.

수첩 위의 포텐자 장비. 안쪽을 보면서 표면 질감도 함께 살핀다.
안쪽을 보면서 표면 질감도 함께 살핀다.

매번 이걸 전부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번 치료 뒤 얼마나 붓고 붉었는지, 어느 패임이 남았는지 보고 다음을 정한다. 안쪽을 받치는 일과 표면을 다듬는 일의 비중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필러가 싫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부족한 볼륨을 채우는 속도만 보면 필러가 앞선다고 나는 본다. 새 조직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공간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래도 필러가 싫다는 분을 설득해서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다. 얼굴에 뭔가 남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전에 받아 본 게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다. 설명을 듣고도 싫으면 싫은 것이다. 그러면 앞에서 말한 재료와 국소 치료 중에서 맞는 걸 찾는다. 대신 변화에 시간이 더 걸리거나 원하는 만큼 안 채워질 수 있다. 그 차이는 알고 시작했으면 한다.

튀어나온 흉터는 다르게 본다

여기까지는 패인 흉터 이야기다. 피부 위로 단단하게 올라온 비후성 흉터에는 채우고 받치는 생각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는다.

정상 피부면보다 내려앉은 위축성 흉터와 올라온 비후성 흉터의 단면 비교. 두 유형은 먼저 구분해야 한다.
패인 흉터와 튀어나온 흉터는 다르게 본다.

붉은기와 두께를 보고 브이빔과 트리암시놀론 병변 내 주사를 조합한다. 브이빔은 혈관성 붉은기를, 주사는 과하게 자란 흉터 조직을 가라앉히는 쪽이다. 두께가 줄어드는 속도와 붉은기가 빠지는 속도가 달라서 경과를 보면서 조절한다.

트리암시놀론은 많이 넣는다고 좋은 주사가 아니다. 조직이 위축돼 오히려 패일 수 있다. 그래서 이전 반응과 남은 두께를 먼저 살핀다. 튀어나온 병변이 비후성 흉터인지, 구진성 흉터나 켈로이드인지 구분하는 게 먼저다.4

10회는 계획이고, 50%는 내 기준이다

흉터 치료를 시작할 때 나는 10회를 놓고 계획을 짜 본다. 열 번을 채우는 게 목표는 아니다. 중간에 반응을 보고 치료를 바꾸기도 하고, 더 하는 것보다 쉬거나 멈추는 게 낫겠다 싶을 때도 있다.

처음에 뭐가 신경 쓰였는지는 기억해 둬야 한다. 치료를 받다 보면 전에는 안 보이던 작은 흉터가 눈에 들어온다. 그때마다 목표를 옮기면 처음보다 나아졌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비슷한 조명과 각도에서 깊이와 경계, 그림자를 다시 본다. 시술 직후 부어서 평평해진 얼굴로는 판단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는 50%만 좋아져도 많이 좋아진 것이다. 논문 평균 개선율도 아니고, 10회를 받으면 거기까지 간다는 약속도 아니다. 흉터가 남아 있어도 패임과 그림자가 줄어 덜 눈에 띄면, 나는 그 변화를 작게 보지 않는다.

환자는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차이는 시작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 어디까지 달라지길 바라는지, 거기에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알아야 같은 목표를 보고 간다.

위례에서 오래 경과를 보는 의사로

부위별 치료 안내는 여드름흉터 상세페이지에 따로 적어 두었다.

지금까지 6년 전 흉터 글을 다시 읽은 피부명탐정이었다.

상담에서는 전에 어떤 치료를 받았고 뭐가 힘들었는지부터 말해 주시면 된다. 회복 시간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 피하고 싶은 시술이 있는지도. 얼굴을 보고 필요한 치료와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을 나눠서 말씀드리겠다. 하지 않아도 되는 시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겠다.

나는 2017년 5월에 위례에서 개원해서 올해로 10년 차다. 흉터처럼 시간을 두고 보는 치료는 시술 직후 모습보다 다음에 만났을 때 뭐가 남았는지가 중요하다. 잠깐 치료해 드리고 사라지는 의사 말고, 위례에서 함께 늙어가는 주치의가 되고 싶다. 치료가 더 필요한 때와 쉬어도 되는 때를 같이 나이 들어가며 이야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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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례 바라봄피부과에서, 피부명탐정 이상근 드림

참고문헌

  1. Hendel 등, 2023, PMID 36934435. 15명 무작위 좌우 비교, 1회 치료 후 3개월 관찰. 두 치료 모두 질감 평가 중앙값 1점 개선. CO2 쪽은 2~4일의 홍반·장벽 손상이 더 컸고, 통증 VAS는 니들 고주파 7.0, CO2 5.5였다. 소규모 단회 연구로 장기 동등성이나 모든 장비·팁의 우열을 확정할 수 없다. 니들 고주파 비교 결과는 주입 재료의 효과 근거가 아니다. ↩

  2. 일반 PN·히알루론산 연구를 특정 제품의 흉터 성적으로 옮겨 말하지 않는다. 리투오의 흉터 비교 근거도 이번 조사로는 부족했다. HA 필러 비교시험, PMID 35689521은 15명·90일 평가이며 모든 흉터·제형이나 재생 주사와의 속도 비교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

  3. 서브시전 근거는 주로 롤링 흉터다. Chen 등, 2024는 5명 대조연구, Alam 등, 2005는 40명 관찰자료다. 본문의 아이스픽 병행 판단은 내 경험이며 이 연구들의 결과를 확장한 것이 아니다. ↩

  4. 비후성 흉터·켈로이드 S2k 지침, 2020 개정. 혈관 레이저·병변 내 스테로이드의 역할과 위축 위험 참고. 모든 여드름성 돌출 병변에 같은 조합을 적용하는 근거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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